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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 아트랩]
아트스페이스 103 ✕ 구은정
물렁한 포인트
구은정 개인전
2025. 10. 17. - 10. 22.
'물렁한 포인트'를 시작으로 구은정 작가의 [103 아트랩] 프로그램이 진행됩니다. 많은 관심과 관람 부탁드립니다.
‘물렁한 포인트’
최근 들어 나에게 자꾸 떠오르는 이미지는 ‘몸’이다.
예전 같지 않은 몸, 매일 새롭게 적응해야 하는 몸
아침에 발을 디딜 때의 무게, 예전과 달라진 걸음걸이,
손끝을 다친 누군가의 예민해진 감각,
누군가의 안녕 혹은 안녕하지 못함.
그런 것에 계속 신경이 쓰인다.
한동안 의수, 의족, 지팡이, 튜브 같은 것에 관심이 갔었다.
단순히 기능적인 것보다도 의미적인 측면을 바라봤던 것 같다.
그것들에는 ‘유한성’이 담겨 있다. 그건 관념적인 ‘유한성’이 아니라,
신체적으로 이리저리 부딪히며 살아가는 ‘삶’ 그 자체다.
그런 것들을 바라보다 보면,
결국 나 자신도 그 한가운데에 있음을 느낀다.
인생은 처음이라 그런 걸까.
나는 끊임없는 과도기를 겪는 중인 것만 같다.
그런 의미에서 <물렁한 포인트>는 완결되지 않은 전시다.
나는 전시장에 나와 매일 걷고, 낯선 공간을 몸으로 적응하며 그 경험을 기록한다.
전시장에는 ‘적응’을 위한 오브제에 대한 스케치,
지금의 상태를 표현하는 오브제들이 놓인다.
그것들은 다소 불안정하고, 유연하며, 능숙하지 않다.
언제든 다른 모습으로 변화할 수 있다.
‘물렁한 포인트’는 취약한 지점이자, 다시 익히는 지점이다.
그곳은 허공을 가리키지만, 무엇을 가리키는지는 보는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삶처럼, 계속 이어지고 변화하는 중이다. (구은정) ●

구은정_무제_왁스_가변크기_2025

구은정_흐르듯걷기_영상 스틸컷_매일 업데이트_2025

구은정_세모난 발걸음_ 종이 위에 수채_20x15cm_2025
'물렁한 포인트'는 시간과 공간 속에서 감각되고 체험되는 몸에서 출발한다. 구은정은 매일 변화하는 몸의 감각, 예전과 달라진 걸음걸이, 손끝에 스며든 예민한 통증과 같은 일상의 미세한 차이에 주목한다. 그가 한동안 관심을 기울였던 의수나 의족, 지팡이, 튜브와 같은 보조적 장치들은 단순한 기능을 넘어, 몸이 삶 속에서 부딪히며 드러내는 유한성과 불완전함을 상기시킨다. 이 유한성과 불완전함은 추상적 개념이 아니라, 흘러가는 시간과 변해가는 장소에서의 총체적 체험 속에서 발견된다는 점에서 의미를 가진다. 바로 그 지점이 이번 전시가 가시화하는 부분이다. 관념적 사유가 아닌 생생한 삶의 경험을 토대로, 작가는 그 중심에서 끊임없는 과도기를 겪는 자신을 드러낸다.
따라서 이번 전시는 ‘완결되지 않은 전시’로 자리한다. 작가는 전시장에 머무르며 매일 걷고, 낯선 공간에 몸으로 적응하는 과정을 기록한다. 전시장에는 이러한 적응을 위한 오브제의 스케치와 지금의 상태를 담아낸 사물들이 놓인다. 그것들은 불안정하고 유연하며, 능숙하지 않은 형상으로 제시된다. 언제든 다른 형태로 변화할 수 있는 것들, 다시 익히고 다시 적응하는 지점에서 작동하는 것들이다. 전시장은 마치 영원히 완성되지 않는 캔버스처럼, 그 안에서 움직이는 몸과 상호작용하며 끊임없이 장소의 풍경을 바꿔 나간다.
이러한 태도는 그의 지난 작업과도 이어진다. 매일 하늘색을 수집하며 사적인 시간의 단면을 기록했던 ⌜한 방울의 하늘⌟(2018)에서처럼, 구은정은 지나간 과거, 현재, 다가올 미래가 교차하는 미묘한 틈을 응시해왔다. 움직임이 없는 듯 보이나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계, 혹은 우리가 잠시 흔들린 탓에 달라진 것처럼 보이는 세계. 그 세계는 늘 불안정한 차이를 발생시키며, 보는 이의 시선 속에서 매 순간 다른 형상으로 드러난다.
'물렁한 포인트'는 그러한 세계와 몸이 만나는 자리, 가장 취약하면서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지점을 드러낸다. 전시장의 오브제들은 독립된 작품으로 고립되지 않는다. 전시장이라는 장소, 작가의 몸, 그리고 오브제는 끊어낼 수 없는 관계 속에서 서로를 드러내며, 전시를 구성하는 하나의 사건으로 결합한다. 그리고 이 사건은 관람자의 몸이 공간에 개입하는 순간 또 다른 변화를 촉발한다. 구은정의 공간 탐험과 전시라는 사건, 그리고 관람자의 우연한 참여가 교차하면서 ‘물렁한 포인트’는 다른 우연한 변화들의 가능성을 열어놓는다. 전시는 하나의 고정된 답이 아니라, 살아가는 몸이 새롭게 익히고 다시 적응하는 과정 자체로서 끊임없이 열려 있다. (아트스페이스 103) ●

구은정_물렁한 포인트_우레탄_58x4x4cm_2025


구은정_기우뚱하게 미끄러지면서 균형을 잡으며_왁스_가변설치_2025

구은정_손_우레탄_20x10x8cm_2025


구은정_떨어져나온 것_레진_22x10x13cm_2025

구은정_세모난 발걸음_연작_종이에_연필+잉크_각_20x15cm_2025



구은정 작가는 서울대학교 조소과를 졸업한 뒤, 동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하였습니다. 주요 개인전으로는 2022년 <창작실험실>(배렴가옥, 서울), 2021년 <떨리는 중심 부드러운 주먹>(엔트리 갤러리, 서울), 2018년 <오늘의 속도와 밀도>(송은아트큐브, 서울)이 있으며, 서울대학교미술관, 천안시립미술관에서 열린 기획전을 비롯해 다수의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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