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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 아트랩] 구구, 비둘기가 운다 _ 민준희 개인전 _ 2025.5. - 2025.6.
  • 작성자 artspace103
  • 조회수 8
2025-07-06 10:50:01

[103 아트랩]

Art Space 103 × 민준희 

 

"구구, 비둘기가 운다"

민준희 개인전

2025.5.21. 수 - 6.1. 일

 

<“구구, 비둘기가 운다”>는 

지난 3월부터 11주간 진행된 

[103 아트랩] 프로그램의 

마지막 일정으로 마련된 전시입니다. 

민준희 작가가 아트스페이스 103에서 

연구하고 실험해 온 과정의 

결과물들을 선보입니다. 

많은 관심과 관람 부탁드립니다.

 

 

“나는 비둘기의 자식이다.”

민준희 작가는 

이렇게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한때 평화의 상징으로 환영받던 비둘기는 

이제 도시 환경을 해친다는 이유로 

혐오의 대상이 되었다. 

 

빠르게 재편되는 도시의 시공간에서 

주변부로 밀려난 존재들은 

점차 설 자리를 잃어간다. 

민준희 작가는 

이러한 변화를 비켜 서지 않고, 

‘비둘기의 자식’으로서 

그 경계에 선 삶을 자각한다.

 

그가 살아온 봉천동 임대아파트와 

그곳의 이웃들은 

언제라도 흩어질 수 있는 조건 위에 있다. 

삶의 자취를 남기고 미래를 기대할 

물리적 토대는 불안정하다. 

이들의 삶은 낮게 선회하며 

도시의 흐름을 따라 떠돈다. 

마치 비둘기처럼.

 

이러한 장면을 기록하기 위해 

민준희 작가는 

판화와 현수막 그림이라는 방식을 택한다. 

반복되는 노동으로 새겨지는 판화의 감각은, 

생계를 위해 재봉틀 앞에서 보냈던 

어머니의 시간을 닮아 있다. 

그의 작업은 노동의 리듬과 

손끝에 남겨진 시간의 흔적을 

천천히, 그리고 예민하게 드러낸다.

 

판화는 단순한 형식적 차용이 아니다. 

그는 민중미술에서 판화가 

중요한 시각 언어로 자리했던 

역사적 맥락을 의식하며, 

그 전통 안에서 현재의 삶을 기록하고자 한다. 

오윤을 비롯한 작가들이 

판화의 굵고 단순한 선으로 

민중의 삶과 현실을 직시하고, 

사회적 불평등과 억압을 가시화했다고 평하며, 

자신의 작업 역시 그 연장선 위에 놓는다. 

‘민중’이라는 말이 점차 낯설어지고 

때로는 오독되는 시대에, 

‘비둘기’로서 주변부의 삶 가운데 선다. 

대상화하거나 멀리서 바라보는 대신, 

같은 자리에서 숨 쉬고 살아가는 

사람으로서의 기록을 남긴다.

 

그래서 그의 작업에는 거창한 선언 대신, 

임대아파트 주차장 한켠에 세워진 리어카, 

골목을 메운 폐지 꾸러미들, 

그 골목을 오가며 보이지 않는 노동을 하는 사람들, 

고단한 노동으로 굳어진 어머니의 손, 

계속해서 쫓겨나는 비둘기들이 자리 잡는다. 

그리고 그 너머에는 

자신에 대한 조용한 응시가 있다.

 

이번 아트스페이스 103에서의 개인전, 

“구구, 비둘기가 운다”는 

이러한 기록의 결과를 보여준다. 

떠나는 자리에서 남겨진 흔적들, 

소멸과 이주의 풍경 속에서도 

지워지지 않는 삶의 흔적이 있다.

 

비둘기의 자식은 묻는다.

“구구, 저는 이제 어디로 가야 할까요?”

(Art Space 103)

 

민준희_구구, 비둘기가 운다_2025_

리놀륨 판화_25×20cm

 

민준희_하나, 둘 무너진다_2025_

리놀륨 판화_27×20cm

 

민준희_네가 믿으면 하나님의 영광을 보리라_2025_

현수막 천에 유채, 100×100cm

 

민준희_철거_2025_

현수막 천에 유채_100×100cm

 

 

민준희_피켓_2025_

리놀륨 판화_30×20cm

 

민준희_동자동 1_2025_

리놀륨 판화_27×20cm

 

민준희_동자동 2_2025_

리놀륨 판화_27×20cm

 

민준희__2025_

리놀륨 판화_23×20cm

 

민준희_늘 평안하시기를_2025_

리놀륨 판화_20×20cm

 

민준희_비둘기_2024_

리놀륨 판화_20×20cm

 

나는 비둘기의 자식이다.

 

1970~80년대 한국은 서울을 중심으로 

비약적인 경제 성장을 이룩하였다. 

나의 부모님 세대는 

도시 발전의 흐름에 맞춰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이주했다. 

나의 부모님도 비교적 개발이 되지 않아 

거주비용이 저렴했던 봉천동 달동네에 이주하였다. 

90년대 재개발되어 2000년대 초 완공된 임대아파트에 

저렴한 비용으로 살 수 있게 되었다.

 

그 시절, 

한국의 발전을 세계에 선포하는 자리였던 

86년 아시안게임, 88년 올림픽과 각종 행사에서 

수천 마리의 비둘기들은 평화의 상징으로 방생되었다. 

이후 비둘기들은 

먹이와 은신처가 풍부한 도시에 정착하여 살게 되었다.

 

임대아파트에 거주하는 이웃 주민 대부분이 

당장의 생계가 급급한 사람들이었다. 

내가 살던 임대아파트는 

일반 매매 아파트와 같은 이름을 사용했지만, 

들어가는 입구부터 

단지, 외벽 페인트 색상까지 

모든 것이 달랐다. 

이웃 주민 대부분은 20년 넘게 

이곳을 떠나지 못한 채 노년을 맞이했고, 

수입이 부족해 폐지를 줍는 경우가 많았다. 

아파트 주차장에는 

폐지를 줍기 위한 리어카가 자리 잡고 있고, 

동네에서는 폐지를 줍고 있는 

이웃 노인들을 쉽게 마주칠 수 있다. 

이들은 초라한 행색이나 리어카로 길을 막는다는 이유로 

혐오의 시선을 받곤 한다.

 

도시에 정착한 비둘기들은 

도시의 환경에 적응하며 늘어난 인구와 함께 

개체수를 급격히 늘려갔다. 

2009년, 

비둘기는 과도한 개체수와 배설물이 

도시 시설을 훼손한다는 이유로 유해조수로 지정되었다. 

평화의 상징에서 혐오의 상징으로 전락한 것이다.

 

어머니는 자식 셋을 키우기 위해 

재봉공장에서 일하며 일주일에 단 하루만 쉬셨다. 

어머니의 반복적인 노동은 

나의 작업 방식의 근간이 되었다. 

나는 작품에서 노동의 흔적이 드러나길 바란다. 

판화는 작가의 반복적 노동으로 다량의 원본을 생산하여 

많은 이들이 작품을 소유하고 향유할 수 있도록 한다.

 

판화는 80년대 전후 한국미술, 

특히 민중미술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오윤을 비롯한 작가들은 

판화의 굵고 단순한 선으로 민중의 모습을 담아내고 

사회적 불평등과 억압을 비판하며, 

대중들과 소통할 수 있는 강력한 시각 언어를 만들어냈다. 

누구나 쉽게 접근하고 소유할 수 있는 판화는 

그 자체로 권위에 대한 도전이었다. 

민중미술은 

소외된 계층의 더 나은 삶을 위한 실천에 동참했다. 

나 또한 비둘기의 자식으로서 

이웃들과 함께 살아가며 

내가 바라보는 삶의 모습을 

판화로 기록하고자 한다.

(민준희)

 

구구, 비둘기가 운다_민준희 개인전_2025_

아트스페이스 103_청라

구구, 비둘기가 운다_민준희 개인전_2025_

아트스페이스 103_청라

구구, 비둘기가 운다_민준희 개인전_2025_

아트스페이스 103_청라

구구, 비둘기가 운다_민준희 개인전_2025_

아트스페이스 103_청라

 

○○○

민준희
@he_art_human

 

○○○

2025
용인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회화전공 석사 졸업

2023

용인대학교 문화예술대학

회화학과 졸업

 

○○○

2025

구구, 비둘기가 운다 (개인전)

아트스페이스 103, 청라

 

2024

비둘기의 자식 (석사 학위 청구전)

용인대학교 박물관, 용인

 

2024

Wave In Yongin

로비 갤러리, 용인 ICT 밸리, 용인

 

2023

Young Artists Yongin

로비 갤러리, 용인  ICT 밸리, 용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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